가수 박효신과 딴따라 이승기

현재 개봉예정작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내사랑 내곁에’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 멜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만드는 건 바로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불멸의 이순신’과 ‘베토벤 바이러스’로 그의 연기에 대한 집념과 노력을 지켜봐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그가 루게릭병 환자들의 표정, 손짓 심지어 호흡마저도 따라하기 위해 한 달을 어둠 속에서 지내고 말도 안 되는 몸무게 감량까지 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죠? 이미 그 내용보다 김명민이란 배우 하나를 믿고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그를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배우라고 호칭합니다.

그게 바로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방송을 통해 유명인이 되고 인기를 얻는 사람을 쉽게 연예인이라 통틀어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자기분야의 최고로서(아니 어쩌면 최선을 다할지도) 아티스트에 가까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배우라 부르고 가수라 붙일 수 있지 않을까요?

박효신과 이승기 두 사람이 데뷔할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것과 발라드가 주류라는 점외에는 사실 비교할게 그닥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두 사람이 앨범을 발표하는 바람에 묶어서 쓰게 됐습니다. 
일단 팝에 많은 관심을 두신 분이라면 또 휘트니휴스턴의 새앨범 발매에 두근두근하실테고 박효신도 한국에서는 레전드급의 가수라는것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혹여 소몰고다니는 그의 창법이 싫었던 사람이라도 2007년도에 5집 ‘추억은 사랑을 닮아’ 라는 곡에서 그의 가창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소몰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감정을 한스푼 덜어내어 더 감미로운 느낌을 많이 냈습니다. 방송활동보다는 조용히 지내면서 더욱 깊어진 음악을 뽐내며 올가을 6집을 들고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찬란한 유산에 까칠한 선우완도 좋습니다.

    1박2일에서의 허당승기 좋습니다.

허나 가수로서 봐온 이승기의 모습은 솔직히 실망감이 너무 큽니다. ‘누난 내여자라니까’ 이후로 그에게는 그다지 크게 히트친 본인의 곡이 없습니다. (문제의 요점은 히트송이 아니라 본인의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이 리메이크 곡들을 연달아 내놓은 것이죠,) 그의 히트송이라 생각했던 노래들은 사실 이미 스쳐간 명곡들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점이 바로 박효신을 가수라고 부르고 이승기를 딴따라라고 명찰을 부치고 싶은 이유입니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이소라의 '제발', 애즈원의 '원망하고 원망하죠', 황치훈의 '추억속의 그대'까지 총 4곡을 줄지어 내놓았고 1위를 휩쓴 것도 모자라 연말시상식에서 공연까지 했었죠. 팬들이 아닌 이상 솔직히 이쯤에서 이승기 본인 곡으로 떠오르는 곡 별로 없으실 겁니다. (그나마 최근에 ‘결혼해줄래’가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작사·작곡·편곡까지 한 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래에 옷을 입히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거에 비하면 리메이크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갈정리하기’ 정도 되겠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본인곡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리메이크 가수라는 딱지를 떼고 멋진 가수 이승기로 거듭나는 모습 지켜보겠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연예계 세태에 대한 아쉬움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비주얼보다 실력 있는 가수와 연기자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사실 가수를 넘어서 아티스트로 연기자라기보다는 배우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기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연극판에서 또는 작은 소극장에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력이 있다하더라도 그건 그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갖춰야할 부분이지 사실 실력이라 인정받기에는 무리가 있단 생각입니다.

굳이 제가 가수라고 담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은 김범수 박선주, 김연우, 박효신처럼 앨범이 발매 된다는 소식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들 혹은 김명민, 이순재, 황정민, 최민식 등 연예인이란 말이 어색하고 배우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그런 명배우들을 손꼽고 싶습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흥분하시는 분들은 댓글을 달아주셔도 좋습니다^^저도 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긴하나 글이 너무 길어저셔...)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 연예계는 갈길이 멀었습니다. 실력이 있지만 비쥬얼이 없다면 뭘어떻게 해서든 얼굴을 고치고 나오는게 일상다반사니까요. 언제쯤 우리는 휘트니휴스턴, 머라이어캐리, 스티비 원더같은 가수들이 생길 수 있을런지. 제가 폭삭 늙어있을 때쯤은 아니었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