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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드라마에선 그렇잖아. 그녀의 연락을 받고 급히 차를 몰고 가는 남자가 주차를 못해서 쩔쩔매는 일은 절대 없고, 갑자기 쓰러진 주인공이 병실이 없어서 병원 복도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없지. 꼭 알아야 할 서로의 소식은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가 꼭 알려주고, 그래서 주인공들은 몇 번쯤 어긋나더라도 결국은 만나게 되고, 결국은 사랑을 하게 되고.. 오늘, 열 몇 편으로 마침내 행복해지는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처음으로 인생이란 게… 참 아득하고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기도도 해봤어. 만약 나한테 딱 한 번이라도 드라마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 한 번만 아주 뻔한 드라마처럼, 눈 오는 날, 우연히 다시 만나자 혹시라도 유리창 너머로 서로 안타깝게 스쳐 가..
'첫 사랑을 앓고 나서야 알았다... 사랑에도 계산이 필요하다는 걸..' 성시경_푸른밤 앨범에 있었던 말. 이 글을 쓴 사람(성시경), 참 똑똑한데 사랑에는 한없이 약하다고 할까? 똑똑해도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건 똑같은가? 처음에 이 글을 읽었던 그때는 사랑이 뭔지도 몰랐을 때 사랑이란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주지 말라는 의미로 새겨들었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했고... 얼핏 생각난 이글을 마음에 되새기며 또다시 공감한다. 그런데 그 공감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사랑에 계산이 필요하다는 거... 서로 간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또 지겹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때론 내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계산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니 필요했었다.... 나도 이 말을 전해준 사람처럼 바보같이 첫 사..
page.209 유행가를 듣다 보면 가사가 전부 '내 얘기' 같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을 수십번쯤 경험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특히 헤어진 사랑을 잊지 못하고 허우적대다가 무심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사랑 노래를 들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지나간 내 사랑의 추억과 오버랩되면서 가슴을 후벼판다.(중략) 노래 속 주인공과 나를 동화시키다 보면 나를 버린 그 '나쁜 자식' 역시 가사 속의 지나간 사랑을 한 편의 영화처럼 재구성하다 보면 어느새 그 역시 멋지게 등장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움은 사라지고, 그 '나쁜 놈'이 멋져 보이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중략) 유행가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지나간 사랑을 미화하다 보면, 내가 이미 그만큼 멋진 사랑을 해보았으니 다음번..
page.167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연의 상처를 받은 여자는 보통 둘 중 한 가지 반응을 보인다.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외부와 자신을 차단하거나 실연의 상처를 잊기위해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page.169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제일 먼저 할 일은, 기분전환을 위해 다음날 바로 소개팅을 하는 것도, 세상 모든 남자를 경멸하며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실연당한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대면해야 한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더 슬퍼지기 떄문에 듣지 말아야 한다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차라리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꺼이꺼이 울고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그 떄 비로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슬픔이 극복된다. 슬프고 싶어도 더 이상 슬프지 않은 평..
page.92 내가 아는 연애의 첫 단계는, 서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물불 못 가리는 시기가 아니다. 그건 다만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진정한 연애의 첫 단계는 자신과 상대방의 단점과 결점을 서로, 그리고 스스로 인정하는 시기다.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결점도 보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단점도 노출하게 마련이다. 진짜 연애는 그때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