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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 드라마처럼 본문

Time To Love

그 남자 그 여자 - 드라마처럼

까모야 2009. 12. 2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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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드라마에선 그렇잖아.

그녀의 연락을 받고
급히 차를 몰고 가는 남자가

주차를 못해서 쩔쩔매는 일은 절대 없고,

갑자기 쓰러진 주인공이

병실이 없어서

병원 복도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없지.

 

꼭 알아야 할 서로의 소식은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가 꼭 알려주고,

그래서 주인공들은

몇 번쯤 어긋나더라도 결국은 만나게 되고,

결국은 사랑을 하게 되고..

 

오늘, 열 몇 편으로 마침내 행복해지는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처음으로 인생이란 게참 아득하고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기도도 해봤어.

만약 나한테 딱 한 번이라도

드라마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 한 번만

아주 뻔한 드라마처럼,

눈 오는 날, 우연히 다시 만나자

 

혹시라도 유리창 너머로

서로 안타깝게 스쳐 가는 일이 없도록,

내가 잘 알아볼게

 

그 때.. 니가 내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날 다시 만나만 준다면,

다시는 오해 같은 거 생기지 않도록

내가 정말 잘할게.

 


-그 여자-

텔레비전에서 그 드라마를 다시 보여 주더라

너는 유치하다고,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걸 왜 보느냐고 했고

난 그래도 재미있다고 우기던..

 

만약, 우리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작은 오해로 크게 싸우고,

서로 손톱을 세워서 마음을 할퀴고,

그러다 결국 헤어져 버린 이야기.

 

한 순간 모든 오해가 풀리는

극적인 반전도 없고,

눈물이 흐를 만큼 아픈 이별도 없이,

그냥 그렇게.. 헤어져 버렸다는 이야기.

 

아무도 보지 않겠지?

나라도 안 볼 거야, 재미 없을 테니까.

 

글쎄.. 지금이라도 우리가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내가 너한테

그 땐 오해해서 미안했다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펑펑 울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다시

나란히 눈 내리는 길을 걷게 된다면..

그건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니 말대로, 난 참 유치한가 보다

아직도 이렇게,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나 꿈꾸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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