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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을 준비하는 지침서<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본문
당신은 죽음의 순간을 떠올려 본 적 있는가? 혹은 단말마의 몸부림칠 때 무엇을 생각하려 하는가? 이 책은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될 죽음의 순간에 대해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의 이야기를 풀자하면 이러하다. 낭떠러지 부근에서 사고가 난 차가 추락하고 있다. 안에는 한 남자가 죽기 직전 4.5초의 시간을 직감하고 자신의 지난 나날을 주마등처럼 회상한다. 흘러간 수년의 인생이 한가롭게 펼쳐지는데 반해 급격한 속도로 하강하고 있는 그의 현실이 한 편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급박하고도 아찔한 찰나의 틈 사이에 남자의 지난 인생이 층층이 삽입된다. 이러한 삽입이 복잡한 서사적 구조를 지녀 처음에는 책을 읽다가 어느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여간 쉽지 않다. 하지만 단 4.5초라는 시간을 이용해 엉켜진 실을 풀듯이 다시금 이해하도록 만들게 하는 작가가 바로 성석제가 아닐지. 그의 탁월한 선택에 의해 붙여진 제목부터 괜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떨어지는 남자의 마지막 4.5초를 같이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한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읽어서라도 차분히 현실과 과거를 들락날락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글을 많이 접해본 작가 중의 한 명인 김하인은 항상 사랑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속에 너무나 애틋하고 절절하게 글을 쓴다. 그런 그와는 달리 성석제는 담담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 아니 웃음을 가장한 슬픔을 자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풍겨낸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80년대에는 감수성 풍부한 시인을 했나 의문을 품을 정도이다. 작가 김하인의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 눈물 흘리게 한다면 성석제는 감정을 무디게 함으로써 오히려 더 감정을 자극하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 내가 느낀 바를 말하자면 담담한 필체 속에 반어적인 웃음이 있고 그 웃음 속에는 또 다른 슬픔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웃음과 슬픔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며 실제 삶에 있어서는 슬픔이 훨씬 더 많다고 그러나 문학에 슬픔이 지나치게 들어가는 과장보다는 아홉 스푼의 웃음에 한 스푼 정도의 슬픔이 비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말이다. 슬픈 죽음 속에서도 어이없는 웃음이 드러나는 게 그가 말하려는 내용이다.
묘사를 통하여 독자를 단번에 사로잡는 작가들을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성석제는 차별화 된 독특함으로 독자들을 교묘하게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글을 단 5분만 읽더라도 어느새 늪에 빠진 냥 착각을 하며 허우적대고, 글이 끝나지 않는 한 나오지 못하는 하나의 길을 걷는 일이 되어버린다. 예를 들자면 본문 중 '듣는 사람이 없으므로…들리지 않으므로 무엇이라고 판별할 수 없다','공수부대 일개 연대나…그런 건 따질 필요가 없다' 이렇게 툭툭 내던지는 말에 콧소리 내며 한 번 웃게 되고 또 뒤에는 어떤 말이 이어질지 궁금해 하며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성석제, 천상 글을 위한 이야기꾼의 운명이고 문학의 보물이 될 것이다. 시를 통해서나 소설을 통해서나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자, 이제 당신은 죽음의 순간을 준비할 때 다양한 안내서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마음을 정했을 것이다. 당신이 맞이할 죽음의 순간과 같을 순 없지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생생히 표현한 이 글은 미리 읽어 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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