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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자의 별4개가 아깝지 않았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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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자의 별4개가 아깝지 않았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까모야 2011. 8. 29. 01:29


엊그제 무심코 tv를 틀다가 접속무비월드를 보게 됐는데 낯익은 두 사람을 발견했다. 이동진 기자와 김태훈! 김태훈이야 팝칼럼니스트이자 연애에 대한 상담도 능수능란한 입담꾼으로 뭐 이미 공중파는 꽤 탄 사람이지만 이동진 기자는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본다는 맛깔나는 입담꾼. 언변이 화려한 타입은 아닌데 영화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을 빠지게 하는 마력의 소유자다. 어쨌든 두 사람이 나와 소개한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이 프로그램에서 이동진 기자가 보통 별 5개 만점에 2개에서 3개밖에 주질 않는데 이 영화 이동진 기자가 별 4개를 준 괜찮은 영화란다.(그나마 가장 높게 준 블랙스완은 별4개반)

 

4개를 믿고 오늘 급히 영화 예매를 하고 관람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4개가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특히 이동진기자가 언급했던 남우주연상 후보에 앤디 서키스가 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영화리뷰에 스포를 안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스포를 안 쓰고 이게 과연 영화리뷰인가 싶기도 하고전작을 보지 않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실험용 침팬지 어미에게서 태어난 시저가 사람들 손에서 길러지다가 지능이 발달하면서 자신이 사람이 아닌 결국 동물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외로움을 느끼며 이질감을 경험한다. 더불어 같은 종족 안에서 자신을 깨닫고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포인트 시저가 느낀 감정에 대한 공감과 인간보다 더 풍부하게 담겨진 그의 표정연기. 마지막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가지고 오는 재앙. 이 점에 주목해서 본다며 더 즐길 수 있다.

 

영화에 있어서 가장 첫 번째로 관객들에게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시계를 보게 했는가다. 시계를 보는 순간 이 영화 왜 안 끝나지? 라는 물음표가 떠오르고 이미 그 순간 관객들은 흥미를 잃고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혹성탈출의 경우 러닝타임은 106. 끝나면서까지 시계를 보지 않게 된 걸 보면 매 장면마다 시저가 느끼는 감정과 표정을 쫓다 보면 시계를 볼 여유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시저가 겪는 상황과 외로움과 증오에 대해서 감정이입까지하며 상당히 몰입하며 봤다. 침팬지에게 감정이입해서 보는게 좀 우습긴한데 내가 스쳐지나온 과거들이 맞물려지는 점은 어쩔 수 없었다. 내 경험상 실제로 지능이 높아지고 사고가 발달하게 되면 생각이 많아지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부조리한 상황이 되풀이할 때마다 결국 시저처럼 부조리한 현실과 나를 억압했던 주체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끓어 오른다. 그리고 비판적으로 혹은 폭력적으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되고 말이다. 나처럼….(그렇다고 내가 시저처럼 똑똑하다거나 물건을 때려부수는 등의 폭력은 쓰지 않는다--;)

 

내 만약 동물 주제에라고 생각하며 본다며 이 영화 어떤 관객에겐 별 한 개짜리 말도 안 되는 픽션이 되버릴 게 분명하다. 나와 같이 시저를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며 본다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나의 인격으로 대우해주는 듯하지만 결국 개처럼 목줄을 채우고 짝이 없는 자신과 달리 남녀 두 사람 사이에서 외로움과 질투심을 느끼며 점점 시저는 더 외롭고 홀로 되어간다. 인간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인간에게 반기를 들었지만 인간을 직접적으로 해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찾으려 한다. 반대로 최근에 개발된 신약 치료제로 지능이 높은 침팬지는 인간에 대한 분노를 서슴없이 드러내며 인간을 해치려는 행동을 보인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를 보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아쉬운 점은 그냥 순순히 자연 속에서 살겠다는 시저의 바람을 끝으로 애매모호한 장면으로 갈등을 마무리 지은 점. 밍숭맹숭하지만 이게 영화의 마침표는 아니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한층 더 강력해진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인간에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점과 인간끼리 전염이 된다는 불길한 장면을 끝으로 후속편이 있음을 알려줬다. 후속편도 기대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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